내 나이 이제 내일모레면 40을 목전에 두고있다.
30대 후반이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오늘밤은 왠지 감성에 젖어 들게된다.
어릴적 남들 폼나게 입고다니던 유명 메이커(브랜드) 가 입고 싶어 어머니 몰래
점퍼에의 왼쪽 가슴에 실과 바늘로 유명 브랜드를 바느질 했던 기억이 있다.
이 걸 보시고는 우리 어머니 옷을 망쳐놨다고 무척이나 화를 내시더니
안스러우셨는지 몇일뒤 두어벌의 옷을 사오셨다. (후훗... 역시나 유명 브랜드 옷은 아니다)
우리집은 3남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적에 무척이나 가난했던 것 같다.
어린적 가난이라는 이유로 인해서 많은 생채기를 가졌던 나다.
물론 나만 그랬겠는가?
누님과 동생 역시 서로서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어린마음에 몇번의 상처를 가지고 있으리라
헌데...
나이를 먹고 사회란 곳에 나도 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보니 어릴적 어머니, 아버지가 겪으셨을 (아니 지금도 겪고 계실지 모르는) 고통을 생각해 보니 절로 고개를 들수가 없다.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 3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키셨다.
(물론 대학에 가서도 남들처럼 풍요롭지는 않았다.)
20년이 훌쩍 넘게 살아 오면서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아무 걱정마라... 너 공부한다고 하면... 뭐든지 해줄 수 있으니 행여 다른 생각하지 말거라"
"너는 공부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고.... 잘 살아야 한다."
그러던 것이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다 보니
"회사는 어때? 힘들어도 회사 열심히 다녀라!!!"
이정도만 해도 우리 집의 대략 분위기를 알수 있으리라
아버지는 언제나 여당의 편이셨다.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정권시절에 나는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얼굴진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거의 매일 밤 당신의 아들에게 반복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대학가서 공부 열심히 해라... 행여 데모같은거 절대 하면 안된다. 데모하면 곧장 집으로 와야 한다."
그러시면서 김대중대통령이 당선되었던 대선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 무조건 DJ는 안되하시며
입에 쌍스러운 욕도 서슴치 않으셨다.
물론 노무현 정권때도 노무현이라면 무조건 나쁜 대통령이였다.
금년 대선 전 아버지께서는
이명박 찍어라... 다 나쁜 녀석이고 이명박 찍어야 한다.
하며 열변을 토하셨다.
우리 어머님은 이런거 전혀 관심이 없으시다.
그저 평생 옆에서 보아온 아버지, 자식,며느리 잘 사는지, 건강한지
오로지 관심사는 이런 것이다.
5월 초 어버이날이 평일인 관계로
주말을 택해 누나 가족과 동생 가족 모두가 모여서 외식을 했다.
모두 모이니 제법 사람수가 된다.
후훗....
한우등심과 삼겹살 등등...
훗~~ 동생녀석 형~~ 그냥 삼겹살 먹을까? 아무래도 식사값이 걸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녀석은 아직도 형 말이라면 절대 복종이다
"인석아 그냥 등심에 모듬 골고루 시켜 먹자"
어머니 손자, 손녀 한점이라도 더 먹이시려
배부르다는 조카녀석들의 입으로 젓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아버지 몇잔의 술기운에 동하셨는지
이제는 며느리들 챙기시는데 정신이 없으시다.
점심 먹는 중 울 아버지
"아니 병든 소 그거 미군부대에서 먼저 먹여야되" 하시면 톤을 높이신다.
훗~~~ 아버지가 왠일이실까...
그래도 정부가 잘못된다라는 이야기는 안하신다.
식사를 마칠 무렵 아버지가 조용하게 나에게 이야기 하신다.
"엄마나 아빠나 이제 이런 맛있는 고기 얼마나 먹겠냐...
하지만 돈 없다고 손주놈들에게는 수입소 먹이면 안된다...."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 앞에만 서면 아직도 작고 부끄러운 저는 어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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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광우병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그 와중에 10~20대 세대와 50대 이상의 세대 사이에 의견과 생각의 차이를 많이 접하게된다.
하지만 젊은 학생들
우리 아버지 세대를 이해했으면 한다.
평생 가지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신 분들이다.
옳든 그르든 정부가 이야기 하면 순종하시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시며 평생을 살아 오신 분들이다.
그 분들의 희생의 댓가가 지금 젊은이들이 누리는 자유인 것이다.
그 분들은 이념, 정치를 이야기 하시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그분들의 이념, 정치가 아닌 것이다.
그 분들의 이념, 정치적 생각은 당신들의 가족, 당신들의 피붙이에 대한 애정이 전부인것이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은 그러시다.)
먹고 살기 위해 젊음을 모두 바치셨던 그 분들에게
파랑색을 보고 빨강색이다라고 세뇌시켰던 자들에게 분노하고 화살을 돌리자.
대다수의 부모님 세대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파랑색을 파랑색이라 알려드리자.
너무 급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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