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어릴적 슬픈 기억

nullzone 2008.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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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년 남짓 된 일이라 기억된다.

 

국민학교 2학년 정도 되었던 어린 나에게 똘이장군이라는 만화영화를 보면서

북한사람들은 모두 늑대/승냥이로 머리속에 각인되었던 시절이다.

 

아마도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장을 가던 길이였나 싶다.

동네 조그만 구멍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노란 끈이 쳐저 있길래 아무 생각없이 폴짝 뛰어 넘었다.

폴짝 뛰어 넘는 순간 슬리퍼를 신고 있던 발에 문득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구멍가게 앞에 울퉁불퉁하던 바닥을 시멘트로 메꾸어 놓았던 모양이다.

아직 마르지 않은 시멘트에 내 발은 푹 빠지고 말았다.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혼날 생각도 들고 발바닥에 덕지덕지 묻은 시멘트에 덜컥 겁도 났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잠시

주위에 40대쯤으로 되어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대듬 소리를 지르신다.

 

"저런 비러먹을 녀석....." 소리소리 지르신다.

 

그 자리에서 겁에 질려 있던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아저씨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한참을 소리 지르시던 아저씨가

"하여간 한국놈들은 ~~~~"

"저 x끼 빨갱이 아니야?"

 

순간 난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린 나였지만

빨갱이 부터 한국놈 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왠지 모를 무서움에 눈물이 터지고 만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씁쓸했던 현실이였던 것 같다.

 

이렇면서도 음악시간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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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진학하고 나서

전대협 소속의 누가 북한을 방문했다 라든지

북한과 관련된 정보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고

북한의 동포들 역시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는 같은 민족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뒤 어느때 부터인가

북한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고,

행여 운동경기에서 북한대표가 타 나라와 시합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북한선수를 응원하게 되었고,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지고,

심지어는 금강산에 여행을 갈수도 있게 되었다.

 

과거 아무런 생각없이 부르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가사와 음정은 같은 노래임에도 불구 하고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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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북 지원을 다시 하기로 했다는 뉴스...

 

무조건 퍼주기식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얻은 것이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

버젓히 인도주의 차원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대북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강력하게 지난 10년동안의 대북정책에 관해서 비판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간단하게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

 

 

일부 언론에서는 이전까지의 대북정책을 좌경사상이니, 빨갱이니 몰아 붙였던 사람들이

이제 어떤 괘변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것인지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변화에 당황하여 허둥지둥 내 놓은 정책이라면

우리나라의 암담한 미래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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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으로 이 나라의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이 나라를 대표하는 수장의 민족관은 무엇인가?

-.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민족이 미국, 일본의 속국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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