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펌] 장애인에게 호의를 베풀지 마세요.....

nullzone 200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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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1학년 1학기 2학기 학점 합쳐서 간당간당하게 샤프심학점을 만들었던 리나군-_-;


공익생활을 시작하면서 재수를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고,


동생이 과외받고 있는 영어선생님한테 영어를 과외받기로 한다.


그런데..


그 영어선생님은 1급 장애인이란다..

















1.


처음으로 선생님을 뵈러 가던날.


'장애인이면 어떻게 생겼을까?'


'장애인이 과연 학생들을 성의있게 잘 가르치기나 할까?'


솔직히 이런 생각을 안하려고 했지만 안할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생각을 하다가 도착한 선생님댁 앞.


그런데 리나군은 선생님댁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선생님댁은 주택이었는데,


1층은 음식점이고 2층이 공부방이었던 것이다.


'2층이 공부방? 1급 장애인이 2층까지 올라올 수나 있을까?'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니 선생님이 계셨다.


일반인과 전혀 다를것 없는.. 아니 오히려 엷게 화장을 하여 일반인보다 더 예쁜 외모에 우선 한번 놀랐고,


"리나군 하이~ 어머님이랑 동생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


라며 웃으며 말씀하시던,


선생님의 맑은 목소리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다리를 고정시키느라 다리 주위를 둘러싸서 허리까지 올라오던 철조각들은 전혀 나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렇게 리나군의 과외수업은 시작되었다.














2.


리나군의 동생은 다른 과목은 다 못했지만(;) 과외의 덕분인지 영어하나는 특출나게 잘했다.


하지만 리나군의 동생은 모의고사에 약했고 영어선생님 역시 그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영어 모의고사 만점을 받아왔다.


영어과외선생님은 우리와 함께 기뻐해주셨고,


우리들에게 일요일날 점심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날.


우리는 함께 우리동네의 모 일식집에 가게되었다.


그런데..


그 일식집의 구조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앉아서 식사하는 음식점이었다...


리나군은 매우 당황하였고,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리나군의 동생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먼저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당황했던 나는..


즉시 선생님에게 가서 선생님을 부축해드리려했다.


그런데..


동생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한마디..


"난 괜찮으니까 먼저 가서 앉아있어줄래?"


당연히 고맙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던 나로써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말이었다.


그렇게 우린 식사를 하였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그자리를 뜬 리나군.


집에도착해서 동생에게 한마디 할 요량으로 말했다.


"너 왜 선생님 안도와드리고 혼자 자리에가서 앉니?"


그리고 그 뒤에 이어졌던 동생의 대답에 리나군은 할 말을 잃었다.


"형님은 선생님이랑 과외를 한지 일주일이 넘었으면서 아직도 선생님이 장애인으로 보여?"


그 말을 듣고 너무나도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3.


이렇게 저렇게 선생님과 과외를 한지 어느덧 반년 남짓..


선생님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것을 알게되었다.


선생님은 혼자사시고,


직업이 세개나 되며(디자이너, 과외선생님, 국수공장 사장님)


자신이 하반신을 전혀 못쓰는 1급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애인도 만나신다는 것이다.


일반인보다 훨씬 더 바쁜 장애인..


그 것이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께서 과외 시간에 해석해보라며 영어로 된 신문의 일부분을 오려내어 가지고 오셨다.


그 때 읽었던 대목들..


그 사설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다.


정상인이었다가 어느 병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여성이 기고한 사설이었는데,


이 글에는 나의 장애인에대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알려주고 있었다.





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인상깊었던 몇부분만 쓰겠습니다.















4.




Don't assume (가정하지 마세요.)







※가정하지 마세요.


당신 곁의 장애인이 항상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꺼라고 가정하지마세요.

그사람은 당신의 도움없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으며 당신의 도움없이 쇼핑을 할 수 있고, 당신의 도움없이도 식사할 수 있습니다.











※가정하지 마세요.


당신 곁의 장애인이 늘 우울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마세요.

그사람도 주말엔 티비프로를 보며 웃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가서 즐거워하며, 복권에 당첨되어서 기뻐 날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정하지 마세요.


너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당신 곁의 장애인이 고마움을 느낀다고 가정하지 마세요.

그사람은 당신이 상상조차 못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으며, 지금 이순간도 죽음과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껴안고 싸우고 있습니다.











※가정하지 마세요.


그사람이 약속에 나올수 없다고 가정하지 마세요.

그사람에게 물어보고는 그사람의 선택권을 존중해주세요. 비록 함께 자전거여행은 못갈지 모르지만,

자전거 여행의 종착지에서 함께 샌드위치를 나눠먹을 순 있답니다.








※가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도움을 받는 그사람이 고마워할꺼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도움을 받으면서 느끼는 열등감과 모멸감을 당신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도움은 더더욱 그사람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호의를 베풀지 마세요.











다 읽고 나서 머리가 쭈삣 서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


'장애인에게 호의를 베풀지 마세요.'


이 말이 그렇게 까지 제 가슴에 못질을 하게 될 줄이야..


그때까지 저는 장애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항상 곁에가서 도와주려고 하였으며,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착하다고 칭찬해주었고,


어쩌면 그 말을 들으면서 자기만족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그들을 도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그 글을 다 읽고 아무 말 못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는 육교를 지나갈때가 제일 싫어. 왠줄 아니?'


'왜......요?'


'내가 다리에 쇠를 달고 육교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전부다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고 간단다.'


'........................'


'도와드릴까요, 짐 들어드릴께요, 업어드릴까요.. 이런 말부터,


으이구 엔간하면 돌아가지 이게 뭔 고생이야, 불쌍하다, 안됐다,


심지어 애들 있는 부모들은 이런 말까지 서슴치 않고 한단다...


말 안들으면 저 이모야가 이놈한다'






정말로 망치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때의 감정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을정도로 착잡하였고..


그렇게 저는 선생님과 그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사람은 없다고.


장애라는 것은 얼굴에 난 여드름과 같을 뿐이라고.


남들이 보기에 조금 안좋을지 모르지만 단지 그뿐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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