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컴퓨터 이야기

케텔과 사랑 91년 가을 이야기

nullzone 201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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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텔과 사랑 91년 가을 이야기

글: 김현국(Hitel ID=pctools)

<<케텔과 사랑 91년 가을이야기 1>> 


** 케텔과 사랑 91년 가을 이야기 **

(어느 중년 아자씨의 로맨스 그레이) 


PCTOOLS 의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수구에 빠져 떠내려간 엣사랑의 추억은 노랗게 변해가는 휘경동 배수펌프장가로 가는 길옆의 노란 가을 낙엽 처럼 서서히 바래져 갑니다.

내가 그사람을 마지막으로 본것은 미사리에서 였습니다.

추리닝 바지에 약간 거무스름한 그의 첫모습은 우리동네 중곡동에서 비계살만 많이 짤라주는 정육점 아저씨를 꼭 닮았더랬습니다.

슬픈 중년시대를 살다간 이분을 잊지 못할것입니다.


늦가을 바람에 창가에 널어놓은 빨래는 벌써 말라갑니다.

이 빨래가 마르면 슬픈 사랑 이야기도 마른 빨래 처럼 그 눈물 같은 습기를 잃어버리겠지요..

..........................


 


청년이 있었습니다.

아니 청년이라기보다도 아저씨 가 있었습니다.

황똥하 ! 나이 38세 . 직업은 건축회사 경영자 그래픽 캐드에 관한 몇안되는 대단한 전문가였지만 그는 그렇게 불리는것

을 싫어 하였습니다.

사람을 만날때면 그는 자신을 시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시는 문학적 분류를 따질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쓴 시 중에는 이런것이 있었습니다.

...................

"아 ~ 가을 !..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

아 ~ 겨울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아 ~ 봄 .

봄처녀 제 오시네.

아 ~ 여름 !

냄비들고 개잡으러 세검정이나 가세 !.

......................



모든 사람들이 그가 조용히 암송하는 이 시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은듯 혀를 끌끌 차면서 똥하 아저씨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몇개 쥐어주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굳세게 사십시오..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현대인에게는 누구든지 크던 작던 정신 질환이 있다고들 합니다. "

착한 남자들은 대개가 그렇듯이 이 40대가 가까와져 오는 똥하 아저씨는 아주 무서운 부인이 있었습니다.

엄처 시하의 남자보다도 불쌍한것은 없습니다.

무서운 부인이었습니다.

숨소리도 크게 못쉬고 살았습니다.

어느날은 무심코 숨을 한번 크게 쉬었더니 전에 없이 반항 한다고 하면서10분전에 먹은 저녁밥이 다 소화될때까지 개맞듯이 맞은적이 있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못했읍니다..

살아가는 낙이 있을리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

업무차 거래처 사장인 여의도 건축의 김진수 사장이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그사람은 모뎀이 달린 노트북컴퓨터 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가 <케텔>과 <피씨써브>라는 전자 통신에 접속하여 전자 편지를 검색하고 데이타 베이스를 검색하며 <채팅실>이라는 곳을 이용하여 전국에서 접속한 수많은 불특정 다수인의 사람과 정보를 주고 받는것을 본 그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건축회사였기에 "오토캐드" 같은 성능좋은 컴퓨터를 다섯대나 갖추고 전산화를 하였고 집에서도 교육용 컴퓨터를 들여놓아 그는 안쓰지만 마누라는 잘 안돌아가는 머리로 가계부관리 프로그램과 게임등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단한 기능이 컴퓨터에서도 쓸수 있는지는 몰랐었습니다.


당장 직원을 시켜서 모뎀을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날부터 이 아저씨의 나날은 회사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가 컴퓨터 통신이었습니다.


어느날 그에게 사랑이 찾아 왔습니다.

그에게는 해서는 안될 힘든 사랑이었습니다.

그가 케텔 전자통신을 이용하기 시작한지 몇달이 지났을때 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사람과 전자 대화를 하는 채팅실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어느날 일도 한가하고 해서 케텔에 접속해서 한가하게 전화비나 죽이고 잇었는데 그가 만들어 놓은 전자대화방에 여자인듯한 사용자가 불쑥 들어왔습니다.

의레적인 인사를 모니터에 내보낸 그녀는 급하게 도움을 청할일이 있다고 하면서 그에게 컴퓨터 캐드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캐드에 관한 한 그는 대단한 노하우가 있었고 캐드 프로그램을 독학을하여 직접 만들어 쓰고 있는 정도 였기에 그는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그때만해도 그 슬픈 사랑이 이미시작되었는지 그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녀가 물어본것은 오토캐드에서 " 도면의 축소와 확대","절대좌표와 상대 좌표의 비교 "같은 것 이었는데 그는 대단히 명쾌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여 그녀를 이해시켰습니다.

크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되풀이 하고 전자대화방을 빠져나갔습니다.


며칠이 지난뒤 인연은 다시 전화선을 타고온 모뎀으로 이어졌습니다.

또다시 대화방에서 만난것이었습니다.

다시 모니터를 통해 만난 그녀는 8 먼저번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 자기 소개를 하였습니다.


..........................................

신정원 케텔 아이디 90116505

나이 20세 

교육대학교인 삼청교육대에 재학중..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이이 많아 공부중..

........................................



모니터에는 그녀의 질문이 나타났습니다.

"올해 나이는 어떻게 되시고 하시는 일은 무엇이신지요 ?

똥하님은 무심코 38세 아저씨이고 건축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려다가 자신이 40대가 가까워져 간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고는 꾸며댔습니다.

"지금 대학교 1학년입니다 . 토목과 다니면서 건축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흐흐 ~ 얼굴도 안보이는데 쏙이자.. 마구 쏙이자..)"


이때부터 똥하 아저씨는 자신이 대학교 1학년인것 처럼 케텔에서 행동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그의 소개를 듣고 나더니 이번에도 도움을 청할일이 있다면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캐드 그래픽에 대한것인줄 알고 자신 만만해 하였으나 이번에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똥하씨.. 이번에 제가 써야할 레포트 중에 국사 과목중 " < 일제 강점 시대 한반도 상황 과 국제정세 > " 라는 주제로 써야 하는데 제발 아시는대로 도움을 주십시오? 시면 제발 도와주세요.. "

말문이 막혔습니다. 역사책을 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났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실망 시킬수 없었습니다.

" 음 ~ 기존에 우리가 배워 왔던 역사는 일본의 사가들에 의해서 조작되어지고 만들어진것이 많지요.. 전형적인 예가 광개토왕비의 변조 같은 것인데 관심있게 읽은 역사책중 제가 어느 서점에서 본 "정신나간 한국사" 란 책이 있습니다. 저의 역사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책이었읍니다.이책은 한국사를 다른 관점에서 조명한 것인데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과 많이 다른점을 볼수 있습니다.당시 3.1 운동이 일어나게 된것은 일제가 한국 사람들을 핍박하자 미국 대통령이던 로날드 레이건의 "민족 자살주의 "에 큰 영향을 받은탓입니다. 이것은 나라를 뺏긴 민족은 거국적으로 자살극을 벌이자는 내용으로서 당시의 식민지 였던 나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지요.

남태평양 전쟁 물자를 대기위하여 일제의 수탈이 더욱 심해지자 이에 분노한 강재구 소령이 하얼삔 역에서 이또오 히로부미8헤 폭탄을 던졌지요.

그러자 이또오 히로부미가 다시 되받아서 던지자 강재구 소령은 폭탄을 몸으로 깔고 "엎드렷~ 폭탄이다 ! "라고 외치면서 장렬히 산화 했었습니다.

이사건을 게기로 만주 벌판에 흩어져 있던 독립군들의 전열이 재정비 되어 전두환 장군은 가을바람이 스산이 부는 10월 26일날 12사단을 이 끌고 조선 총독부를 습격 했습니다. 이게 바로 10.26 사태입니다.

가장 중요한것이 이 부분인데 이때 중국으로 망명하려던 이성계가 군사를 이끌고 평양으로 되돌아 온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역사적 사건을 위화도 회군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미국의 도움도 컸는데 사이공에서 투입되었던 찰리 중대와 부라보 중대가 보급식량 인 C-레이션을 가지고 공중 낙하 되었습니다.

당시 청룡 부대는 다낭을 사수하느라 작전에 참가하지를 못한것에 대해 역사가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오판이었다고 해석합니다.

조선 총독부 기습시에 일본군이 사격한 네이팜탄으로 엄청난 독립군이 죽었는데 이 사실을 전해들은 마유미는 일본 천황의 황실 마차에다가 폭탄을 장치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뒤에 안기부에 체포되자 그8 국민학교 동창이던 유관순은 종로 거리에서 만세를 부르다가 잡혀서 남영동에 끌려가서 물고문을 당한끝에 죽었습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패전국으로서 야기될 다른나라와의 벽을 허물려고 독일의 히틀러와 손잡고 라이브 공연판을 냈는데 이게 바로 록 그룹인 핑크 플로이드의 "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II "입니다. 이 라이브 공연판중 일제의 한국어 말살에 항의한 조선 학생들의 "선생들은 제발 나를 가만이 내버려 달라 "라고 하는 부분은 압권이지요 "


일제가 전쟁에 망할 즈음에 그들이 전쟁물자로 곡식을 쓸어가자 쌀이없어 뽕나무를 전국 방방 곡곡에 심었는데 이때 충청도 아낙네 이미숙은 뽕밭에서 이대근이랑 사랑을 나누다가 독립군이던 남편이 돌아와서 뒈지게 맞는데 이것을 본 춘사 나운규가 아리랑 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민족의 울분을 달랬지요. 그때 종로 거리에는 일본앞잡이 깡패들에게 대항하여 민족 깡패인 "양은이 파 "하고 "서방 파" 가 있었는데 이사람들이 미국 마피아와 손잡고 일본 무사 미야모도 무사시를 반쯤 죽여놓았었습니다.

똥하 아저씨가 길고 "정신 나간 한국사 "를 시원시원하게 강의하자 그녀는말이 없었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던 간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음이 틀림없었습니다.


* 1 부 끝 *


* 케텔과 사랑 91년 가을이야기 2편 마지막 *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아마 역사책을 뒤적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잠시후에 그녀가 보낸 말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 아주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같아요.. 제가 레포트를 쓰는데 참고가 크게 될것 같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레포트 점수를 어떻게 받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후로 똥하 아저씨는 오로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케텔에 접속을 하였습니다.저녁이면 직원들을 전부 퇴근시키고 난 다음에 그는 홀로 남아 컴퓨터를 켜고전화선을 타고 이어지는 그녀와 의 아찔하고도 짜릿한 대화를 즐겼습니다.


신정원 !! 그녀는 그에게 캐드 그래픽 다음으로 중요한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가정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가정의 평화를 깨는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전자 통신 사용을 그만둘까도 했지만 어차피 그의 가정은 평화가 없었고 무서운 마누라의 독재만이 있었습니다.

중년이 되어가는 남자들의 고민이 그러 하듯이 그도 사는데 크게 회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신정원 과의 전자 대화만이 그를 가을비 진흙탕 같은나날에서 구제를 해주었습니다.


그의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 졌습니다. 어느날은 일이 밀렸다고 마누라에게 핑계를 대고 밤새도록 회사에 남아서 그녀와 컴퓨터 통신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의심많은 마누라가 한시간 간격으로 회사에 다른 전화로 전화를 했지만 그가 꼬박 꼬박 전화를 받으니 알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두사람은 그동안 전자 편지로도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더이상 그녀를 속일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녀에게 사실대로 자신은 결혼을 한 사람이며 젊은 20대가 아니라 40살이 가까워져 온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다시 못본다면 살아가는 의욕이 생겨나지 않을것 같아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토요일이었으나 그는 별로 집에 가고 싶지도 않아 전자 통신에 접속해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그날은 그녀가 조금 케텔 전자 통신에 접속을 하는바람에 밤 11시쯤이 되었을 무렵에나 전자 대화방에서 만날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늘따라 아주 진지 했습니다.


오랜 결심을 한듯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이제껏 컴퓨터 모니터로 글자만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제는 오랜기간을 사귀었으니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것이었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덜컥 가슴이 내려 앉았습니다.

그녀를 보고 싶기는 하지만 자신이 젊은 20대가 아니라 40줄이 가까운 중년임을 알면 그녀는 뒤도 안돌아 보고 도망 갈것이었이 때문이었습니다.

거절을 할수가 없어서 당황을 하는데 그녀는 일방적으로 

<"내일 즉,일요일 12시에 종로 종묘공원 관리실 앞 광장 " >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하얀 구두를 신고 있을터이니 똥하 아저씨는 <대학 노트북 > 을 들고서 서 있으면 알아보기 쉬울거라면서 약속 시간에 늦지말라고 한다음 바쁜일이 있다며 총총 사라졌습니다.


똥하 아저씨의 마음은 갈피를 잡을수 없었습니다.

"그녀를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만나자 마자 화를 내면서 도망가면 어떡하나.. "

사무실 바깥으로 어둠은 깊어 가고 그는 깊은 상념에 빠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언제나 마누라의 확인 전화가 있었기에 무심코 받았는데..


" 야 ~ 이 웬수야..니가 고따우 짓을 하면 내가 모를줄 알았냐 ?"


벼락과도 같은 마누라의 찢어지는 소리가 전화기를 울렸습니다.

그가 영헣 몰라 어리둥절 하자 마누라는 무지막지하게 분한듯이 속사포를 쏘았습니다.


" 니가 요즘 숨소리가 자꾸 커지더니 간이 부었던 모양이구나..

나한테 그딴 거짓말이 통할줄 알았냐 ? 밤이면 맨날 전화 한 라인이 통화중이어서 전화국에 알아보니까 컴퓨터 통신에 연결 된것 같다고 하길래 내가 흥신소에 사람을 시켜서조사 해봤지.맨날 밤이면 새파랗게 젊은 것이랑 컴퓨터로 연애를 한다고 하두만. 너는 이제 죽은거나 마찬가지다.. 이 웬수야.. 니가 돈을 잘벌어다 주었냐.. 남들처럼 호강을 시켜주었냐..맨날 나는 부엌

데기를 시키고 자기는 바람을 피워 ? 오늘 집에 들어오면 단단히 각오하고 있어.. 이 인간아.. 

흑흑 ~~ 어디서 떨거지 같은 인간 만나서 내인생은 종쳤다니께.. 흑흑 ~~ "


똥하 아저씨는 이제 큰일이 났습니다.

설마 했는데 마누라가 컴퓨터 통신으로 여자를 만나는것을 알아 챌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는 더듬거리며 마누라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킹콩만한 마누라가 깔고 뭉개서 죽일것이 었습니다.

그러자 마누라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왔습니다.

" 나는 이미 당신과 끝났어..당신이 궈쳬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지금 사무실 창문을 열고서 뛰어내려서 떨어져 죽는거야 . 두번째는 밖으로 나가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려서 빠져죽는거야 . "

동하 아저씨는 울먹거렸습니다.

"엉엉 ~여보 ~~ 엉엉 ~ 정말 나를 죽으라고 하는거요 ? 내가 잘못 했으니 용서해 주오 !! 다른 방법은 없을까 ? 집에 들어가면 안될까 ?"

그녀는 아까보다도 더욱 차갑게 말했다.

" 한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 집에 와서 나한테 맞아 죽는 거지.. ".


이제 똥하 아저씨에게 돌아갈곳은 없어진것 같았습니다.

마누라의 성ㅤㅤㅤㄶ 보아서 정말 죽이지는 않겠지만 개패듯이 매를 맞고 나서 집을 쫏겨 날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밤새 사무실에서 뜬눈으로 세운 그는 아침도 먹지 않고 멍하니 창문 밖만 바라다 보았습니다.


오전 10쯤 되자 그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래..어차피 틀린거라면 이미 지나간 젊은 날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거야 "

..............


종묘앞 광장으로 가을 낙엽이 하나 둘씩 공원 담밖을 넘어 떨어 졌습니다.

광장앞 관리실 건물앞에 낡은 운동화에 주홍색 안전 자켓을 입고 닳은 비짜루를 오늘손에 들고 왼손에는 장신구 달린 청소쓰레기통을 든 초췌한청소부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황똥하 아저씨 였습니다. 


그는 어디선가 청소부옷과 빗자루를 빌려입고 청소부 처럼 꾸미고 나온것이었습니다.

주홍색 모자도 쓴 그 모습은 영락없이 45세 정도가 된 거리 청소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순박해 보이면서도 삶에 찌들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그녀 앞에 나서지 못하기에 먼 발치에서 나마 그녀의 모

습을 보고 싶어서 고민 끝에 이렇게 꾸미고 나온것이었습니다.

그가 나타난 시간은 12시가 조금 지나서였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청소 통을 들고 다니면서 그녀가 언제 나타나는지 목을 빼고 

기다렸습니다.

12시 30분쯤이 되자 종로 5가 쪽에서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발랄하

게 생긴 여자가 관리실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예뻤습니다.

큰키에 맑은 피부를 가졌고 초롱한 그녀의 눈망울은 똥하 아저씨를 넋이 나가게 하였습니다.

그의 가슴이 콱 메어 왔습니다.


"내게도 저렇게 예쁜 여자애들과 젊은날의 고뇌와 사랑을 이야기 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 "

그의 젊은날은 가난했던 집안 사정으로 겨우겨우 학비 벌어 공부하기에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청춘이 지나갔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조그만 건축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지만 사나운 늑대 같은 마누라 때문에 그는 마음속은 공허하고 황량했습니다.

똥하님은 그녀를 보고서 "자기가 전자통신상으로 대화를 하던 황똥하란 사람이다 "

라고 밝히고 싶었지만 그녀의 초롱한 눈을 보니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는 똥하 아저씨는 그저 그녀가 서있는 근처를 어슬렁 거리면서 치는척 하며 빗자루 질을 해댔습니다.

이렇게라도 그 녀 옆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이리 저리 종묘로 들어오는 아스팔트 광장 끝을 둘러보던 그녀는 먹고난 아이스 크림 껍데기를 휙 던져 버렸습니다.

이때를 놓칠새라 똥하 아저씨는 잽싸게 쓰레기통으로 야구선수가 슬라이딩을 하듯이 껍데기를 받아내었습니다.

그녀는 " 별 이상한 아저씨도 다있다 " 라는 눈으로 그를 쳐다 보았고 그는 그냥 흐뭇해져서 씨익 ~ 웃었습니다.


아이스 크림을 버린 그녀는 껌을 꺼내더니 입에 물었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기다리다가 그녀가 가버리지 않을까 불안해졌습니다.

그녀는 자꾸만 챨휻 쳐다보며 광장 입구로 들어오늘 쪽을 바라보았고 똥하 아저씨는 엉거주춤 그녀 곁만 어슬렁 거리면서 빗자루질을 해댔습니다.


한시간이 지났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몇번이나 용기를 낸끝에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 젊은 처자 ! 혹시 지금 씹고 있는껌 버릴것 아니우 ?? "


여기 좋은 쓰레기통이 있는데 여기다 버리면 참 좋을텐데..그러자 그녀가 어처 구니 없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어머!! 단물도 다 안빠졌는데 왜 버려요 ? 참 이상한 아저씨네.."


똥하 아저씨는 결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럼 반만 버리면 안될까 ?반만 씹어도 사는데 지장 없을텐데.. "


그녀가 앙칼지게 쏘아 붙였습니다.


" 어머 ~~ 이상한 아저씨네.. 왜 남이 씹는 껌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세요? 이 껌은 금년 하반기 중에는 버릴 계획이 없어요.. 그러니 딴데 가보세요."


머쓱해진 그가 물러나서 있지도 않은 쓰레기를 청소라는 것처럼 빗자루질을 해댔습니다. 얼마나 빗자루질을 해댔는지 그녀가 서있는 주변은 반질 반질 했습니다.

("나를 몰라봐도 좋다.. 이쁜 정원아... ~~ 여기서 오래만 있어다오.")


그러나 똥하 아저씨의 간절한 바램은 몇십분을 지나지 못했습니다.

한시간 반정도가 지나자 그녀 곁으로 허여멀겋게 생긴놈이 하나가 달려왔습니다.


" 혜선씨 ..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일이 있어서 늦었어.. 영화 상영시작이 3회니까 시간은 아직 남았지.? "

" 헌국씨.. 사람이 뭐 그래욧 ~ 내가 여기서 한시간 반이나 기다렸단 말이예욧 ~ 혹시 딴여자 만나고 오는거는 아냐욧 ? 내가 처음 만날때부터 뺀질뺀질 한게 바람끼가 있을것 같다고 감을 잡았어욧.. "


아.. 이런 실수가..

똥하 아저씨는 사람을 잘못 본것이었습니다. 그녀는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긴 했지만 가만이 보니 하얀 구두를 신은게 아니라 노란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토닥 거리던 두사람은 화해를 하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찐하게 거리에서 키스를 하더니 단성사 극장쪽으로 사라져갔습니다.


똥하 아저씨는 허탈해 졌습니다.

이제껏 그녀인줄 알고 가슴을 두글거렸는데 그녀가 아니라 다른사람을 착각했던 것이었습니다.

허탈해진 그의 모습은 눈물이 날만치 불쌍해 보였습니다. 한시간을 더기다렸지만 그곳 관리실앞 광장에는 어린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모여 만나고 난것빼고는 아무도 나타나지를 않았습니다.


그가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기 때문에 그녀가 기다리다가 간것인지도 몰랐습니다.그녀와의 따스했던 반년간의 전자 통신상의 사랑은 약속을 어기지는 않았을 것이었습니다.

근처를 둘러보던 똥하 아저씨는 그가 오기전부터 광장 관리실 구석 쪽에서 함지박에 고구마를 담아 쭈구리고 앉아서 팔던 아낙네에게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아줌씨 ~ 말좀 물어 보것소.. 혹시 여기 관리실 앞광장에서 12시쯤에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하얀 구두를신은 20살된 처녀를 보지 못했소 "

35 살쯤 된 그 고구마 파는 아낙네는 영락없이 과부 같아 보였습니다.

그 고구마 행상 아낙은 그의 물음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대답을 하였습니다.


"아니요.. 못보았는디요.. 그란디 청소부 아자씨는 혹시 여기서 대학 노트북을 든 남자 대학생 하나를 못보셨수 ? "

똥하 아저씨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니 그럼 ~~? 아줌씨는 ? "

그녀는 더욱 놀랐습니다.

" 옴마 옴마 ~ 그럼 아자씨는 ?"

"꽈당...~~

발라당 ~~ " ---> (이부분에서 동시에 두사람이 뒤로 나자빠짐)


요땀시로배배 꼬인 사랑이 어디 있던가요..

그녀도 자신의 나이와 신분을 거짓으로 말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20세가 아니라 35살 된 과부로 어느 동네에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는 돈많은 과부원장이었습니다.

학원의 컴퓨터로 통신을 하다가 똥하 아저씨를 만나고 그처럼 자신의 젊은날이 그리워 20살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녀도 20살된 남자 대학생의 생기넘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두사람은 일어나자 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각자 반대방향으로 헐레벌떡 도망을 갔습니다.


그후로 들리 소문은 그녀에 관한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똥하 아저씨는 죽기아니면 살기로 무서운 마누라가 있는 집에 들어갔다가 마누라가 휘두른 주걱으로 주걱턱에 치명타를 맞아 아직도 식물인간으로 지내고 있다는 소문만 들릴뿐이었습니다.



** 케텔과 사랑 91년 가을 이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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